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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충

[하이퍼서사-글루토니] 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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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방.

 

 매일 보던 천장.

 

 익숙한 내 집에서 눈을 뜬다. 몽롱한 정신 속에서 처음에는 모든 게 꿈이라고 느껴진다. 옆에 종이와 함께 병과 주사가 넣어져 있는 케이스가 있다. 종이에는 독충의 먹이가 될 소량의 독을 조금씩 몸에 매일 주입하라고 적혀있다.

 

 젠장.

 

 종이를 구겨 던진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봉합된 배가 욱신거린다. 힘겹게 베란다로 간다. 저 멀리 처음 보는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이쪽을 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내심 불쾌하다.

 

 감시받는 게 이렇게 불쾌할 줄이야…….

 

 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주저앉는다. 병에 담긴 소량의 독을 주사에 넣은 뒤, 심호흡한다. 그리고 팔뚝에 주사를 찔러넣는다.

 

 “아파!”

 

 호흡이 거칠어진다. 팔뚝에서 온몸으로 퍼지는 저릿한 감각과 함께 정신도 아찔해진다.

 

 “아파, 아파, 아파!”

 

 이건 분명해서는 안 되는 거다.

 

스스슥

 

 극상의 먹이를 발견했는지 벌레가 몸속에서 날뛴다.

 

 온몸이 붉게 달아오르고 땀이 나기 시작한다. 이빨이 덜덜 떨리면서 눈동자도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린다. 참을 수가 없어서 이리저리 뒹군다. 그때 집안의 물건에 몸을 부딪쳐 피멍이 들어도 멈출 수가 없다. 계속되는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서 머리를 몇 번이나 바닥에 내리친다. 이마에 피가 배어 나오니까 그제야 고통이 잦아들어 겨우 진정됐다.

 

스스슥

스스슥

스스슥

스스슥

 

 벌레가 멈추지 않고 계속 몸속에서 움직였고, 머릿속이 벌레의 소리로 울렸다. 매일, 매일 반복된다.

 

 

(다음이야기)

 

 

(스토리텔러: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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