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26)
[하이퍼서사-글루토니] 벌레 (←이전이야기) “벌레가 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음? 별일이네요. 그런 걸 다 물어보고 관심 없는 거 아니었나요?” 경호원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고, 독충의 유충이 담긴 병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게 말을 걸다니 별일이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병기입니다.” “병기 말입니까?” “네, 정확히 말하면 생물학 병기요. 여기에 있는 유충들이 사람들의 몸에서 기생해 나중에 수확하는 건 알고 계시죠.” 고개를 돌리니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면 성충은 어떻게 하느냐인데.” 유충이 담긴 병을 손으로 돌리며 지긋이 바라보며 웃었다. “그게 정말 재밌어요. 뭐가 재밌냐면은 벌레가 생각보다 추위에 강해요. 그래서 병에 넣어 놓은 채 얼려도 죽지 않고 동면을 하죠. 몇 년이 지나도 계속. 벌레..
[하이퍼서사-글루토니] 그들 (←이전이야기) (다음이야기→) (스토리텔러: 박상현) 이 저작물은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License에 따라 라인센스가 부여됩니다.
[하이퍼서사-글루토니] 그들 (←이전이야기) (다음이야기→) (스토리텔러: 박상현) 이 저작물은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License에 따라 라인센스가 부여됩니다.
[하이퍼서사-글루토니] 작은 방 (←이전이야기) “여기는?” “음? 일어났군요. 잠시 더 주무셔도 되는데.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준비가 끝나니까.” 수술 등이 눈에 부셔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 보는 장소 아니, 수술받았던 수술대 위에 내가 누워 있었다. 벌레를 심어 넣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번엔 빼내기 위해 다시 이곳에 끌려왔다. 아직 수술대에 묶여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도망가려고 하지 않았다. 신기하게 머리가 개운하고 몸 상태가 좋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다시 확인해봐!” 곁에서 수술준비를 하고 있던 정철이 자료를 가져온 조수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뭐가 잘못된 건가? 주변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하면 주위가 어수선하게 변했다. “벌레, 벌레 어디 갔어!” 서류를 집어 던지며 정철이 내 멱살을..
[하이퍼서사-글루토니] 하얀 방 (←이전이야기) 하얀 방. 눈을 떴을 때 그곳에 있었다. 저 멀리 어릴 적 내가 보인다. 주변에는 장난감과 테이블에는 과자와 커피가 있다. 옆에는 조금 젊었을 적의 엄마가 같이 놀아주었다. 그것을 나는 말 없이 지켜봤다. 그들에게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나도 섣불리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하얀 방에서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학생 무렵으로 변하자 내 주변에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무렵에 나는 처음으로 혼자가 됐다. 저 멀리서 떠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어린 내가 쫓아간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이내 놓치고 말았다. 어린 내가 울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벌레도 울었다. (다음이야기 →) (스토리텔러: 박상현) 이 저작물은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4.0 ..
[하이퍼서사-글루토니] 두개의 방 (←이전이야기) (다음이야기→) (스토리텔러: 박상현) 이 저작물은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License에 따라 라인센스가 부여됩니다.
[하이퍼서사-글루토니] 과실 (←이전이야기) 그 뒤, 다시 연구소를 찾아갔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나는 지금 뭔가 이상하다. 정철은 웃으면서 나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케이스를 내게 건넸다. 저번과 똑같이 병과 주사가 들어있었다. 이제 곧 수확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는 나를 돌려보냈다. 심호흡했다. 진정되지 않는다. 손이 떨리고 무서웠다. 이제는 도망칠 방법이 없다. 떨리는 손으로 팔뚝에 주사를 넣었다. 그러자 몸속의 벌레가 날뛰기 시작했는지 온몸에 고통이 전해졌다. 온몸이 비틀린다. 평소보다 심한 고통이 찾아와 얼마 참지 못하고 시야가 흐려졌다. 벌레가 울고 있다. (다음이야기→) (스토리텔러: 박상현) 이 저작물은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4.0 Intern..
[하이퍼서사-글루토니] 조짐 (←이전이야기) 먹을 것을 사러 마트에 들렀다. 마트 안에서 후드 옷에 달린 모자를 최대한 푹 눌러썼다. 수상하게 보이더라도 되도록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가려고 했는데, 계산도 하지 않고 아이가 과자를 먹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건방져 보이는 아이의 부모를 찾았다. 저 멀리서 아이를 내버려 두고 다른 아줌마하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말해도 소용없어 보이네……. 민폐다. “야, 그거 계산하고 나서 먹어.” “시꺼, 저리 가.” 아이에게 주의를 시키려 했는데, 귀담아듣기는커녕 귀찮다는 듯이 내게 저리 가라고 손을 저었다. 화가나 억지로 먹고 있는 과자를 빼앗으려 하자. “아팟!” 아이가 내 손을 강하게 깨물었다. 살점이 조금 뜯겨나갔지만 억지로 손을 뺐다. 다친 ..